
한국엔지니어링협회가 어느덧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 엔지니어링산업 발전과 궤를 같이해 온 협회 역사서 발간을 준비하면서 지난 50년을 발판 삼아 더 큰 도약을 이루기 위해 2024년 현재, 업계가 당면한 현재의 이슈와 미래 과제를 논하는 좌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에서는 △ 4차 산업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엔지니어링의 변화 △글로벌 엔지니어링 경쟁력 강화 △엔지니어링의 사회적 책임 △엔지니어링 이미지 개선 및 위상 제고 등 4가지 주제가 논의됐다. 좌담회 전문은 협회 50년사에 실렸으며 이 가운데 일부를 <대한경제>가 발췌해 소개한다.
◆참석자<산업계> 김용구 ㈜도화엔지니어링 사장, 이용안 ㈜안세기술 회장, 이성녀 SK에코플랜트 ESG 담당 임원, 한명식 ㈜태조엔지니어링 회장 <학계> 심창수 중앙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 <연구계> 이상현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혁신실 실장, 이상호 (유)법무법인율촌 고문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엔지니어링의 변화 3차 산업혁명 시대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은 물론이고 산업의 형태, 소통과 협업 생태계 등에서도 엔지니어링 패러다임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링산업에서 예전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부분은 무엇입니까? 산업과 정책에서는 어떠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상호 고문 / 법무법인율촌> 요즘 4차 산업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저는 이 단어를 인류가 맞이한 네 번째 생산성 혁명의 시기라는 의미를 담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융복합 시스템을 활용한 생산성 혁신의 시대라고 정의하는데요.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주목해 봐야 하는 이유는 엔지니어링산업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건설 분야를 보면 시공 이전, 즉 프리 컨스트럭션(pre-construction) 단계의 업무 프로세스가 급격하게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런 기술적 발전은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설 프로세스를 미리 체험해보고 수정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 같은 기술의 보편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령 플랜트 공장을 짓는다고 하면, 가상세계에서 먼저 똑같이 지어보고 시뮬레이션하면서 문제점을 파악해 실제 시공에 반영하는 것이지요. 이런 기술들이 앞으로 더욱 보편화된다면 실제 생산성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집니다.
<심창수 교수 / 중앙대학교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지금 디지털 트윈을 말씀하셨는데, 사실 이런 변화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굉장히 많다
고 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문제의 핵심은 사람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소프트웨어 기술 중심으로 바뀌는 부분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제조업 기술 측면에서 우리와 약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하는 독일에서는 이제 4차 산업혁명에서 5차
산업혁명으로 관점을 바꾸어 추진하고 있어요.
디지털 전환은 기술 격차를 굉장히 심화시킬 수도 있고, 엔지니어들을 소외시킬 수도 있는 기술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 문제를 가장 먼저 인식한 나라가 독일인데요. 독일은 엔지니어링의 경험 자산이
매우 뛰어난 나라인데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을 미국의 IT기업들이 주도하면서 독일 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경험 데이터를 다 가져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겁니다. 자신들은 데이터만 계속 제공해 주고, 그것을
활용해 주도권을 쥐게 되는 건 AI 기술과 자본력에서 앞선 미국 기업인 거죠.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까
최근 독일에서는 ‘휴먼 센트럴 테크톨로지(human central technology)’라고 사람 중심의 혁명을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데이터 주권을 지키자는 뜻이에요. 그래서 EU에서 자신들의 경험 자산을 지키기
위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던 데이터 흐름을 끊고 있습니다. 앞으로 디지털화가 더욱 진전된다면
산업의 국경은 더욱 허물어질 것이고, 글로벌 기업이 가진 기술과 솔루션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결국 우리 엔지니어들의 역할이 머리(brain)가 아니라 그들의 손발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 우리만의 경험자산을 지키는 데이터 소유권을 중심으로 설정하는 디지털 전환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명식 회장 / 태조엔지니어링>
회사 차원에서도 준비를 많이 하고는 있기는 하지만, 앞서가는 그런 기술을 현업에 바로 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도 기술이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희도 엔지니어링 프로세스를 전부 디지털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드론을 이용해서 디지털 설계 데이터를 획득한다든가, BIM을 적용하고, 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그걸 분석해 낸다든가.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을 실제 업무와 병행을 해야 하니, 생산성 증대 측면에서
상당히 이제 부담스러운 전환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크게 달라진 부분을 꼽으라면 업무공간의 물리적 제약이 거의 없어졌다고 봐야 하는데요. 엔지니어링
업무는 본래 한 분야에 몰두해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수도 없이 많은 분야의 협업을 해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한데 모여서 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업무를
클라우드 기반의 가상 작업공간을 이용해 그 안에서 작업을 합니다. 장소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작업과정이 모두 디지털화되어 자동으로 기록되니 정보를 즉각 공유하고 후속 공정을 바로 진행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업무 효율이 곧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용구 사장 / 도화엔지니어링> 저희도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디지털화하면서 데이터를 모으고 있습니다. 현재는 다행히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6년 동안은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졌어요. 지금까지 모은 데이터가 약 30 테라바이트 정도의 상당히 방대한 양인데, 아직 그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데이터의 가치는 떨어지게 되거든요. 요즘에는 이 데이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 활용 할 수 있을지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BIM이 화두가 되면서 저희도 직원 교육도 시키고 적극적으로 현업에 적용하려고 하고 있지만, 비용 대비 그 이상의 생산성이 나와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 할 때가 많습니다. 토목 설계는 비정형의 지반 정보에 사업 면적도 매우 크기 때문에 BIM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매우 복잡해 시간과 노력이 매우 많이 듭니다. 그렇게 BIM 기술을 통해 설계도를 그리면 그 안에는 시공과 운영에 필요한 정보까지 모두 담긴 결과물이 나오게 됩니다. 결국 BIM이 점차 의무화가 되면 궁극적으로 혜택을 보는 곳은 시공업체와 운영업체에요. 4차 산업혁명은 곧 업무 효율에 혁명을 불러일으켰다고 보고 있는데, 아직 우리 업계에서 효율성은 별로 나오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용안 회장 / 안세기술>
불과 몇 년 전에 데이터센터가 한참 유행할 때가 있었어요. 그때 나온 이야기가 “데이터가 돈이다”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당시만 해도 ‘과연 데이터가 도움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 말이 정말
맞았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너무 빨리 일어나고 있어요. 몇 년 전에 채팅 로봇 이야기가 나오는가 싶더니 바로 생성형
인공지능 Chat GPT 광풍이 불었어요. 엔지니어링업계에서 디지털 전환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게 불과
5~6년도 채 안 되고 이제 준비를 시작하는 단계인데, 지금은 다들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시대가 될 거라고 하니까 기업들 입장에서는 길을 잃은 기분이에요. 우리는 지금 디지털
전환도 제대로 못 하는 게 현실입니다. 물론, 한명식 회장님 말씀처럼 클라우드를 통해 데이터를 공유하면
더 많은 데이터를 모아서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런데 잘 아시는 것처럼 생성형
인공지능만 하더라도 오픈된 모델과 알고리즘이 정말 여러 개입니다. 어떤 모델이 우리에게 맞는 것인지,
그걸 어떻게 활용해서 우리 기업에 필요한 결과물을 얻을 것인지, 숙제들이 참 많습니다. 결국, 앞으로는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보다 여러 툴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더 경쟁력이
있게 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규모로 어떻게 설계해야
안전하고 효율적일지 판단하는 역할을 엔지니어가 했다면, 앞으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훨씬 더 기술적으로
정확하게 분석하게 될 테니까요. 그래서 기술적인 능력보다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사고와 질문 능력, 지혜를 갖춘 인재들을 키워내야 한다고 봅니다.

<이상현 실장 /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혁신실> 저는 공학이 아니라 경제학을 베이스로 엔지니어링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정부가 엔지니어링 정책을 수립할 때 방향을 모색하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근거나 최신 동향 등에 대한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전환을 바라보는 기업의 관점과 정부 정책의 관점에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기업은 투자를 한다면 반드시 성과가 수반되어야 하잖아요. 투자수익률(ROI)이 나오지 않으면 사실 투자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반면 정부는 일단 기업들이 새로운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기업 간 디지털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투자와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 격차 부분입니다.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이든 밸류체인(value chain)이든 각 기업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역량의 상한이 분명 다 있을 테고, 모두에게 동일한 수준의 디지털 전환을 요구할 수는 없어요. 그런 부분을 정책 차원에서 명확히 식별해서 과잉 지원이 아니라 적재적소 필요한 만큼의 지원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이상호 고문 / 법무법인율촌> 맥킨지에서 구독하는 메일을 보면 요즘 들어 범용인공지능,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 내용들을 살펴보면, 저는 기업 간 디지털 격차보다 산업 간의 포털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유통산업 같은 경우는 알리바바나 쿠팡 같은 기업들이 전통적인 유통업체들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지 않습니까? 반면 엔지니어링업계는 일부 AGI를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 디지털 격차를 확인하거나 투자수익률을 측정할 만한 수준까지는 미치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저도 기업에 있으면서 BIM이나 드론 활용사례도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정작 공사기간을 단축한다거나 공사비를 절감하는 등의 실질적인 효과를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따른 추가비용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지만 성과는 아직도 불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한명식 회장 / 태조엔지니어링> 엔지니어링산업 입장에서만 보면 우리 업계가 억울한 측면이 많이 있죠. 정부에서 스마트 건설을 이야기하면서 계속 디지털 전환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엔지니어링업계로서는 별다른 수혜는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전방에서 BIM 등을 통해 디지털화 작업을 해놓으면, 그 결과물을 통해 생산성이 증대되고 시공이나 제조 오차를 줄이고, 품질을 높이고, 사용성을 높이고, 유지관리 비용을 줄이고 하는 성과는 사실 제조나 건설 쪽에서 보게 될 혜택이거든요. 제가 정부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엔지니어링업계는 디지털 라이징을 하려면 적지 않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직접적인 수혜도 적으니, 뭔가 다른 지원이나 혜택을 제공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심창수 교수 / 중앙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제가 보기에 엔지니어링 업계 입장에서 AI는 아직 너무 멀리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엔지니어링이라는
일의 가치를 다시 봐야 하는 시대인 것 같아요. 건설산업에서 엔지니어링 업무의 위치는 개발을
담당하는 머리(brain)에 해당하는데,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손발 취급을 당하고 있거든요. 하는 일은 머리인데
주변의 인식은 손발에 머물러 있다 보니까, 아직까지도 엔지니어링 비용을 일 인당 용역비로 계산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 스스로 그런 구도에 갇혀 있으니까 변화에 대처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요. 이렇게
해서는 엔지니어링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수 없어요. 이제는 인당 용역비가 아니라 엔지니어링이
창출하는 가치로 판단하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정부를 설득해서 글로벌 시장에서처럼 엔지니어링
사업 대가를 전체 사업비에서 일정 퍼센티지의 비율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엔지니어링업계가 머리 역할만 바라볼 게 아니라 운영 및 유지관리 서비스 시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운영 및 유지관리 서비스 시장에서 엔지니어링 업계가 몇 퍼센트나 점유하고 있는지
보셔야 해요. 거의 미미하거든요. 오늘 아침에 대형 발주처들로부터 올해 발주계획을 들어보니까 20조가
안 되는 규모더라고요. 그거와 비교하면 운영 및 유지관리 시장은 못해도 100조가 훨씬 넘을 겁니다. 그 비용이
어디로 가고 있느냐는 거죠. 유럽에서 평가하는 걸 보더라도 운영 및 유지관리 시장이 훨씬 커요.
설계시장에 비해 500배가 넘는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봤어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엔지니어링의 가치를 정립해야
하는 동시에, 엔지니어링 서비스 시장이 설계와 시공단계에 머물지 말고 운영 및 유지관리 서비스로
확장해야 해요. 협회와 업계를 리드하는 분들이 큰 틀을 보고 정부를 설득하든지 프레임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은 기업이 생존하려면 그냥 따라가야 한다고 봅니다.
인공지능만 하더라도 생산성을 조금 높이고 이익을 얼마 남기겠다 같은 작은 문제가 아니에요. 생존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현 실장 /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혁신실> 저도 똑같이 생각합니다. 엔지니어링은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안타까운 건 무형의 서비스를 다루는 엔지니어링이 산자부 안에서도 제조국에 들어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산자부가 관장하는 수많은 주력 업종에서의 성과와 엔지니어링의 창출하는 성과를 비교합니다. 엔지니어링은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고 명확하게 수치로 성과를 확인하기 힘드니까, 정책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엔지니어링의 가치가 무엇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지수라든지 통계 지표가 개발되어야 해요.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엔지니어링산업의 중요성에 비해 너무 과소평가 되어 있는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명식 회장 / 태조엔지니어링> 저는 그 원인이 건설 엔지니어링과 비 건설 엔지니어링 분야의 출발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설 엔지니어링은 대부분 정부나 정부 투자기관에서 발주한 일을 받아서 하고, 태생 자체도 용역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만큼 인식 전환이 아직 덜 돼 있는 상태이고, 그 외 엔지니어링 분야는 발주 기관이나 클라이언트가 대부분 민간이죠. 플랜트만 해도 정부 간섭을 덜 받는 민간에 의해 발전하면서 경쟁력도 선진국에 가까이 가 있습니다. 삼성, 현대, SK 그룹의 엔지니어링사들은 다들 글로벌 시장에 나가서 자기 제품을 팝니다. 시공 분야도 글로벌 시장에서 마켓셰어를 갖고 있는데, 건설엔지니어링 분야는 너무나 미미하죠. 반면, 선진국은 시공 분야보다 엔지니어링 분야 마켓쉐어가 훨씬 크잖아요? 우리나라 건설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결국 엔지니어링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글로벌 기준과 다른 체계로 운영되다 보니 될 수가 없는 겁니다. 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춰서 그것까지 같이 묶어서 고민을 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엔지니어링 경쟁력 강화 국내 엔지니어링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또 국내 업계의 상황과 제도적 측면 그리고 인재양성 측면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협회의 사업 및 정부의 제도 측면에서 어떤 부분이 보완되어야 하는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김용구 사장 / 도화엔지니어링> 우선 엔지니어 그리고 엔지니어링산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이 글로벌 인식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단적인 예로 제가 최근에 싱가포르에서 제일 큰 엔지니어링회사의 신사옥 개관식에 초대받은 적이 있습니다. 일개 회사의 개관식에 축사를 싱가포르 차기 수상이 와서 할 정도이고, 축사 내용도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이 국가의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말씀하셨어요. 더욱이 놀라운 건 외부 손님 270명을 초대하고 기념식을 하는데 단상에 시공사 대표가 안보였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엔지니어들을 생각하는 위상이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심창수 교수 / 중앙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제가 예전에 국토부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건설엔지니어링 학과를 운영하면서 외국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석사 과정도 같이 운영했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 엔지니어들과 같이 외국 공무원들을 놓고 강의를 하다 보니 극명한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은 강의를 들으면서 가능하면 눈을 안 마주치려고 하는데, 그 친구들은 질문도 하고 논쟁도 하면서 굉장히 적극적이에요. 이 이야기를 왜하냐면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은 성과품은 아주 잘 만드는데, 국내 현황에 익숙해서인지 문제를 대하는 자세가 너무 수동적이고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한명식 회장 / 태조엔지니어링> 맞습니다. 우리 엔지니어들은 엔지니어링 스킬은 누구보다도 뛰어나요. 그런데 외국의 원조를 받는 나라의 엔지니어보다 못한 부분이 엔지니어링 마인드나 프로젝트 마인드가 너무 부족합니다. 국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엔지니어링 마인드나 프로젝트 마인드가 없으면 한 발자국도 못 나갑니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우리 엔지니어링은 희망이 없어요. 우리 엔지니어링을 둘러싼 환경과 문화를 통째로 바꾸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지 어렵다는 뜻입니다.
< 김용구 사장 / 도화엔지니어링> 얼마 전에 국내에서 손꼽히는 건설회사의 임원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자기들은 외국에서 시공을 할 때 한국의 엔지니어링회사와는 같이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유를 물었더니 발주처 말을 너무 잘 들어서 시공사가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겁니다. 기술력이 뛰어난 엔지니어가 발주처를 설득해서 최적의 설계를 뽑아야 하는데, 한국 엔지니어들은 비용은 고려하지 않고 발주처가 요구하는 대로 다 반영한다고 그러더군요. 우리가 왜 그렇게 길들여졌는지 심각하게 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심창수 교수 / 중앙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갔을 때 그쪽 현장에서 공무원 감독들을 만나 한국 엔지니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근면하고, 성실하고, 시키지 않은 일도 너무 잘한다고 엄청 칭찬하더니, 마지막에 하는 이야기가 “그런데 너희는 너무 말을 잘 들어”였습니다. 엔지니어라면 회의 석상에 불리한 안건이 올라오면 당연히 싸워서 시공사의 의견을 관철시키던가, 아니면 최대한 이익을 보전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제시해 끌고 갈 수 있어야 하는데, 바로 ‘예스’라고 한다는 겁니다. 그런 부분을 빨리 고치지 않으면 엔지니어로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엔지니어라고 볼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상호 고문 / 법무법인율촌> 엔지니어링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는 두 가지 차원에서 구분해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말씀하신 부분들은 수행 단계의 문제라고 보는데, 저는 우리 젊은 엔지니어들의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지 않습니다. 제가 한미글로벌에 있을 때 매년 한두 명씩 미국에 있는 오택(OTAK)으로 파견을 보내 바로 현장 인력으로 투입시켰습니다. 그리고 1~2년 뒤에 확인해 보면 처음 한두 달 언어 때문에 고생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다들 잘 해냈습니다. 수행 단계의 문제는 경험이 쌓일수록 대부분 잘 극복해 낸다고 봅니다. 우리가 세계 엔지니어링 시장에서 1% 점유율조차 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 나라 금융기관과의 관계나 실질적인 시장 정보력이 너무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 인력은 인건비가 너무 비싸 감당이 안 됩니다. 무조건 현지인이나 제3국 엔지니어를 써야 하고, 그러려면 우리 인력 중에 반드시 경영 관리 역량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파견 보내야 하는데, 현실은 대부분 재무관리자를 보내는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엔지니어링 역량이 부족한 CFO를 보내놓고 어떻게 현지에서 사업을 끌어가 면서 본사와 시너지를 창출합니까? 제가 판단할 때는 수행 측면에서 엔지니어 역량은 그렇게 떨어지지 않지만, 엔지니어로서의 역량과 함께 관리자 그리고 경영자로서의 역량도 매우 중요한데 그런 인재를 국내에서 제대로 양성하지 못했고, 찾기도 어렵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명식 회장 / 태조엔지니어링>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못 나가는 이유 중 하나가 세계시장에 리소스가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것을 엔지니어링회사들이 직접 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회사가 도화엔지니어링인데, 외국 선진기업과 비교하면 굉장히 영세한 규모거든요. 그러다 보니 해외 네트워크를 직접 구축하는 건 엄두도 못 내요. 그러니까 저는 우리 엔지니어링업계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협회가 네트워크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협회가 나서서 정부하고 같이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엔지니어링업체들도 훨씬 적극적으로 밖으로 나가려는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설계를 비롯한 엔지니어링 기준도 하루빨리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준으로 바뀌어야 하고요.
<이성녀 임원 / SK에코플랜트 ESG 담당> 해외 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제가 여기 오기 전에 저희 부서 팀장 다섯 명을 만나 협회에 전달하고 싶은 애로사항에 대해 조사해 봤어요. 글로벌 시장에 나가 현지 사업주들하고 계약을 체결할 때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는 겁니다. 이런 부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해외 시장의 전문가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협회가 주관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용구 사장 / 도화엔지니어링> 제가 2012년부터 공식 회의 석상에서 언급했던 이야기인데, 기본적으로 해외 엔지니어링 시장은 프리랜서 시장입니다. 엔지니어를 직접 고용해서 상시 유지하는 방식은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크니까 외국에서는 대부분 프로젝트별로 프리랜서와 채용 계약을 맺고 진행합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게 불법이에요.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려면 필요 인력을 다 직접 고용 형태로 유지하고 있어야 해요. 경기가 좋을 때는 괜찮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때도 어쩔 수 없이 그 인력을 유지해야 하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 점이 국내 엔지니어링업계의 성장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는 겁니다.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국토교통부에 건의를 해봤는데, 답변이 고용노동부에서 반대해서 안 된다는 겁니다. 그게 벌써 12년 전 이야기에요. 또, 국내 제도와 해외 제도가 전혀 다르니까 회사 내 시스템도 두 가지 체제로 운영해야 합니다. 결국 해외 사업을 하려면 비용이 두 배로 드는 걸 감수해야 하는 구조인 거죠. 이런 식으로는 우리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상호 고문 / 법무법인율촌> 글로벌 시장에서 호환해 사용할 수 없는 법과 제도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습니다. 기술자 자격도 국내에서는 특급이고 만점이어도 해외에 나가면 기준 자체가 맞지 않으니까 통용이 안 되거든요.
<심창수 교수 / 중앙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해외 사업 관련해서 타당성조사사업(FS)나 국제개발협력사업(ODA)할 때 대부분 나이가 많은 감리원들이 가시는데, 젊은 사람을 보내서 경험을 쌓게 하면 좋겠어요. 젊은 인력이 가서 몇 년 경험을 하면서 그 나라 공무원들과 인맥도 쌓도록 하고, 현지 타당성 조사사업을 할 때 그 나라의 공무원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지 공무원을 활용하면 가장 좋은 데이터를 쉽게 확보할 수 있어요. 즉, 우리 엔지니어들이 직접 하면 6개월 조사해야 할 것을 현지 공무원이 하면 일주일이면 가져와요. 우리나라만 원조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도 다 하고 있어서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 굉장히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할 경우에는 외교부나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협력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한명식 회장 / 태조엔지니어링> 심 교수님 말씀 정말 동의하지만, 우리 엔지니어링업체들이 도움 받기란 사실 쉽지 않습니다. 엔지니어링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단순 용역 개념에 머물러 있어서 수출입은행이나 코이카 사업은 비용 계산도 철저하게 투입 인원과 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용안 회장 / 안세기술> 맞습니다. 타당성조사 사업을 할 때 저희가 전체사업 대비 엔지니어링컨설턴트가 차지하는 비율을 바탕으로 예산을 제출하면, 비전문가들이 앉아서 무조건 깎아요. 엔지니어링컨설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관심도 없고, 일단 비용부터 깎고 시작하니까 저희로서는 하고 싶어도 수준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심창수 교수 / 중앙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악순환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수출입은행 담당자들은 타당성조사 사업은 우리나라가 돈을 주고 하는데, 상대 국가 공무원들로부터 그림은 좋은데 내용이 없다며 성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합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거든요. 처음부터 엔지니어링업체에게 비용을 제대로 주고 일을 시켜야 타당성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고, 그래야 우리나라 시공사들이 가서 돈도 벌 수 있을 텐데, 엔지니어링컨설팅 단계부터 단순 용역 취급하면서 비용부터 깎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면 업계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셔야 합니다. 요즘 시공사들이 비용이 맞지 않아 입찰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니까 기획재정부에서도 현장의 시공원가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있잖아요. 타당성조사 사업이나 국제개발협력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설 엔지니어링업체들이 한목소리로 엔지니어링업계가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이야기해야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명식 회장 / 태조엔지니어링> 그런 문제도 중요하지만, 저는 더 중요한 게 김용구 사장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프로젝트 인력 풀을 프리랜서를 고용할 수 있도록 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데 국내에서는 입찰에 참여하려면 모든 업의 면허와 인력을 회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것으로 증명해야 해요.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회사들이 직접 생산과 관련이 없는 인력을 최소 20퍼센트 이상 고용하고 있어야 합니다. 회사로서는 어마어마한 짐이 됩니다. 글로벌 시장의 국제기준처럼 우리도 프리랜서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해주기만 해도 경영 환경이 정말 획기적으로 개선된다고 생각합니다.
◆엔지니어링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하여 엔지니어링 업계에서도 재생에너지 전환, 벨류체인 협력 강화, 친환경 포트폴리오, 안전&품질 강화, ESG, 지역사회 공헌 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업계에서 대두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입니까?

<이성녀 임원 / SK에코플랜트 ESG 담당> 저는 엔지니어링업계가 주목해야 할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ESG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ESG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환경, 사회 그리고 거버넌스 측면으로 건전성을 갖추는 것인데요. 즉,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기업 활동을 영위해야 한다는 전제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지금까지 논의한 것도 엔지니어링업계와 자신이 몸담은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ESG를 통해 우리 사회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에게 올바른 역할과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환경오염 같은 문제를 크게 고민하지 않고 경영활동 비용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인류 전체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ESG는 더 이상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EU에서는 탄소국경 조정 제도라든지, 글로벌 공동망 실사를 올해의 키워드로 강조하고 있거든요. 기업 경영에 워낙 중요한 요소가 되다 보니 ESG도 이제는 표준화 규격화되고 있어요. 기업들이 사업보고서를 낼 때 비재무적인 ESG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평준화되다 보니 사실 보고서 제목만 가리면 어느 회사에서 작성한 건지 구분을 할 수 없어요. 다 비슷하니까요. 내용에 변별력이 없다면 굳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ESG 관련 내용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거꾸로 투자자들에게 ESG 보지 말고 투자를 하라고 했더니 그럴 수 없다고 해요. 그러면서 그들이 요구한 내용이 뭐냐면 SK에코플랜트에서 재무적으로 중요한 ESG 항목이 뭔지 우리에게 직접 골라서 제시하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내용은 우리가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정리한 스토리가 아닌 ESG를 위해 회사가 관심을 두고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 내용을 정량적으로 입증한 내용이라는 거죠. 또 한 가지 어려운 게 RE-100입니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사용이 OECD 국가 중 꼴찌잖아요. 이 문제는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자력으로 해결하기는 한계가 있는데, 해외 발주처들은 그 한계를 얼마나 이해해 줄지 모르겠습니다. 정부나 협회가 마중물 역할을 해줘서 엔지니어링 회사들의 해외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용구 사장 / 도화엔지니어링> 엔지니어링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ESG에 대해 잘 들었습니다. 방금 기후변화 말씀하셨는데, 엔지니어링은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는 기후변화에 의해 홍수가 나고 가뭄이 왔을 때 인간이 어떻게 안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고, 그 역할을 해 온 게 엔지니어들입니다. 저는 엔지니어링 업계가 ESG에 대처하면서 그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명식 회장 / 태조엔지니어링> 지금 말씀하신 내용 이외에 엔지니어링의 사회적 책임 중 현업에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안전과 품질입니다. 발주자나 정부뿐 아니라 국민들이 안전과 품질에 대해 워낙 많은 관심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저도 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아주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엔지니어링업체들도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활동을 하게 되다 보니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게 됩니다. 특히 사업을 하다 보면 민원도 많이 발생하는데, 어떻게 하면 엔지니어링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잘 협력하면서 공헌 활동을 펼쳐갈 수 있는지 지혜로운 방법을 찾는 게 우리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
◆엔지니어링 이미지 개선 및 위상 제고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에 비해 국민적 인식은 미흡한 편입니다. 타 기관 설문조사에 따르면, 엔지니어링산업에 대한 편견, 처우 부실, 저조한 기술인력 유입 등이 문제점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특히, 급격한 기술인력의 노령화를 고려할 때 젊은 엔지니어의 유입이 저조한 것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인재 채용 방식, 기업문화, 산학 협력 등의 분야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김용구 사장 / 도화엔지니어링> 청년인재 유입 문제의 출발은 엔지니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엔지니어라고 하면 용역이라는 용어 때문인지 단순 기술자라는 인식이 강한 거 같습니다. 제가 8년 전쯤 미국 오리건주에 있는 Historic Columbia River Highway라는 오래된 도로를 가봤는데요, 미국 최초의 경관 도로면서 국가사적지로 지정된 도로인데, 그곳에 하이웨이 건설 프로젝트 PM을 했던 엔지니어 ‘사무엘 랭커스터’이라는 사람을 기리는 기념관이 건립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국토부 장관이나 대통령 이름부터 나올 텐데, 프로젝트 PM을 맡았던 엔지니어를 기념하고 있더라고요. 미국이 세계를 리드하는 나라가 된 이유가 거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산업을 리드하는 엔지니어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다르니까요. 그곳에 놀러 가는 어린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나중에 커서 그런 일을 하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도 엔지니어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미국 같은 선진 수준으로 올라가면 청년들이 더욱 엔지니어링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심창수 교수 / 중앙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최근에 토목학회에서도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토목문화유산을 지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한 엔지니어를 조명하는 일도 준비하려고 하고요. 요즘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60대만 접어들면 대부분 현업에서 퇴직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엔지니어링 분야에는 나이가 80세가 넘어도 현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엔지니어링이 가진 창의적 업무 특성은 경험과 노하우가 누적되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 부분이니까요. 그런 부분에서 젊은 친구들에게 엔지니어링 분야의 장점을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상호 고문 / 법무법인율촌> 청년인재 유입이라는 주제로 여러 차례 토론회를 했는데, 대체로 의견이 극명하게 나뉩니다. 기성세대는 엔지니어로서의 자존심을 이야기하는데, 젊은 친구들만 모아 놓고 이야기해 보면 급여 수준이나 복리후생, 워라벨 등 관점이 너무나 다른 의견을 내고 있어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봐야 합니다. 제가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서 나온 통계를 하나 이야기해 보죠. 20년 전인 2004년에는 20대 30대 건설기술자가 63.8%였습니다. 그런데 2023년에는 16%로 줄었어요. 앞으로 10년 뒤를 추정해 보니까 4.2%가 나왔습니다. 이 결과를 산업계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한국경영학계에서 건설 엔지니어링산업의 워라벨 지수를 평가했는데 18개 직업군 중에서 17위를 기록했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마지막 순위는 탄광업이에요. 저는 결국 엔지니어링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해서 업무 여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용안 회장/안세기술> 규모가 작기는 한데 저희 회사는 사업 분야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순수하게 엔지니어링만 하는 분야와 자체 연구개발을 하는 분야, 군관련 분야인데요. 수익률을 보면 세 분야 중 엔지니어링 분야가 가장 낮습니다. 다른 두 분야의 절반도 안 돼요.